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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기고] 민족진영은 프레임을 주도하라

 

 

지난주 금요일, 이재명 대통령은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생중계 현장에서 환단고기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해방 이후 일관되게 주변부로 밀려나고 탄압받아 온 민족사학과 민족진영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건이다. 관련 분야에 오랜 관심과 애정을 가져온 한 사람으로서, 지난 일주일간의 흐름을 지켜보며 느낀 소회와 함께 민족진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민족진영은 뜻하지 않게 긍정적인 환경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족단체가 난립하고 뚜렷한 구심이 없다는 현실은 차치하더라도, 역설적으로 이는 지금 누군가가 나선다면 곧바로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언론과 강단사학이 주도하는 프레임은 이른바 ‘환단고기 위서 논쟁’이다. 여기에 일부 정치권 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의 판은 커졌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 구도 안에서는 설령 승리한다 하더라도 ‘환단고기에 대한 긍정적 여론 확장’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국민 다수가 환단고기를 지지하고 논리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하더라도 강단사학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렇기에 이들은 의도적으로 모든 쟁점을 ‘위서 논쟁’이라는 좁은 틀 안에 가두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 대통령의 발언을 차분히 복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고대사를 왜 연구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둘째, 동북아역사재단이 설립 목적에 맞게 동북공정 대응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책이었다. 환단고기와 재야사학자에 대한 언급은, 이 두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배제의 논리로 접근하지 말라는 부연적 메시지였다.

 

이 핵심에 집중할 경우, 동북아역사재단과 기존 식민사학적 연구 구조는 스스로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제시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일부 학계가 ‘환단고기 위서 논쟁’으로 초점을 흐리는 이유는, 바로 이 본질을 가리기 위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프레임의 전환이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치적 진영을 떠나 민족진영에 분명한 기회이자 단비와 같은 신호였다. 이를 살려 이슈를 주도하는 일은 민족사학자, 민족종교, 시민사회와 NGO 등 민족단체의 몫이다. 흔히 말하듯,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환단고기 위서 논쟁’이라는 소모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고대사 연구의 필요성 ▲동북아역사재단의 역할과 성과에 대한 평가라는 보다 넓고 본질적인 의제로 전환해야 한다. 대통령이 금요일에 의제를 던졌다면, 늦어도 그 다음 주 초에는 이를 지지하고 요구하는 성명서가 민족사학자나 민족단체, 관련 시민사회에서 나왔어야 했다. 아쉬운 대목이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시간은 여전히 우리 편이며, 민심 또한 그러하다.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단고기를 알리고 연구하는 학자와 단체, 유튜버들의 노력은 매우 소중하며, 그 역할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이제는 판을 더 크게 키울 필요가 있다. 상대가 만들어 놓은 논쟁의 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민족진영이 주도하는 장으로 그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도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개된 공간에서 말이다.

 

환단고기만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언제나 사회를 양분시킨다. 그러나 고대사 연구의 필요성과 동북아역사재단의 책무를 묻는 질문 앞에서 민심이 갈릴 이유는 없다. 언론이든 학자든, 이 문제 제기 자체에 반대하는 순간 스스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 판을 만드는 순간, 승부는 이미 결정된다.

 

프레임을 주도하고, 이슈를 선점하자.
지금 이 기회는, 하늘이 민족진영에 허락한 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