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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책 소개] 못다핀 들국화/ 이종철

 

우리투데이 이동현 기자 |  이 책은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살던 고(故) 이종철씨의 장례 이후에 발견된 노트 2권에 담긴 내용을 원문 그대로 만든 책이다.
발간 목적은 1953년도부터 2008년도까지 편년체로 쓰여진 내용을 통해 근현대사에서 한 개인의 삶과 관련된 내용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들여다 볼수가 있어서 시리즈로 게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1953. 3. 10 아침에 일어나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엇그제 부탁했다. 수업료로는 내가 농사철 일해주기로 했으니 너는 신곡 아제한테 가서 한문공부를 해라. 엇그제 동곡장에 가서 한문책을 사왔다”
“아부지 오늘 강용이 하고 나무하러 갈라 했는데요”
“정 나무하고자 하면 공부하고 가거라”
“그러나 당분간은 너 지게지고 나가는모습 보기 싫으니 한문책 같고 공부하러 가도록 해라"
“예 아버지”
나는 아버지의 한을 알았다.
나를 중학교를 보내지 못한 큰 한을!
나는 결심했다. 중학교를 가지 못하나 아버지의 뜻을 위해 중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리라 결심했다.
다음날 나는 “아제 계십니껴?”
“오! 그래 들어오너라”
아제는 아버지께서 이곳에와서 제일많이 경제적 문제에 도움을 많이주신 분이며 이번 나와같이 졸업한 종완 친구는 중학교를 갔다. 내가 한문을 공부하러간 시간이며 학교를 간후여서 종완을
만나지 못했다. 이 아제는 신곡 아제이며 이곳 명대에서 제일가는 선배로 추앙받으며 자제로는, 맞자제 현재 부산대학 교사이며, 둘째는 서울 유학, 셋째 이번에 중학교를 간 친구이다.
아버지께서 부탁치 않으면 좀처럼 한문을 가르치실 분이 아니다.
“철아!”
“예!”
“공부하기 전 너에게 부탁할 것이있다. 너를 올해 중학교를 못 보내게 되어 아버지께서 먼저번 너를 중학교를 보내야 한다면서 돈을 융통해 달라 했어 너희 아버지께 돈도 빌려줄 형편도 못되지만 철이
보다 가정이 얼마나 좋은집도 학교를 보내지 못하니 상심말고 내가 적극 한문을 공부시키겠다 하며 오늘 너를 내게 보낸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 현대 학문이 제일이라 해도 그 중 한문하는 젊은이도
있어야 하지 않겠니? 낙심 말고, 이 책은 명심보감이란 책이니 이 책을 오늘부터 공부해야 한다”
“예”
“그럼 책을펴라. 그리고 한문이란 글자를 아는 것에만 있지않고 연관된 글을 이해하는데있다. 이말은 똑같은 글자라도 배열된 문구에 따라 뜻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게 배운 한학은 어느 누구에
게도 뒤 떨어짐없이 한학의 참 진리를 깨달어야한다. 너가 하고저 하는 뜻이 있다면 내가 아는데까지 가르쳐 줄 것이니 그리 알거라”
“예”
“그리고 지금부터 배우는 한자와 문구 해석은 꼭 머리 속에 외웠다가 내가 너에게 물을때는 언제나 대답하게 외우도록 노력해라”
나는 그날 딴 공부에 비해서 너무나 적은 한줄의 글을 배웠다.
한줄의 한문구절을 내가 올때까지 반복하신다.
신곡 아제께 한문 배운지 1달여 경과 될 즈음 남의 일, 나무, 육체적 일에 피곤하신 몸을 이끌고 집에 오시는 아버지께서는 내 책 읽는 소리에 정감을 느끼시며 당신의 고달픈 오늘의 생활이 행복해 하셨
다. 모처럼 동내에 나가면 명심보감을 외우는 내 글 읽는 소리에 동네 어른들이 감동하는 기쁨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복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이셨나 보다.
오늘 아침 밥상을 어머니께 치우시려 할때 나는 말했다.
“아버지. 이제 저도 나무하게 해 주세요. 낮에 나무를 해도 아침 일찍 글 배우러 갈 수 있어요”
노동일에 힘이 부친 아버지의 건강을 아시는 어머니께서 말씀 하신다.
“그래 매일 가지 말고 나무 친구들이 있으면 가도록 해라”
“근데, 네가 꼭 나무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시간이 허락 하는대로 아버지 일을 도우며 공부하는 것도 이제는 할것 같다. 모두 네 마음대로 하고 절대로 신곡 아제가 그만 할 때까지 다니도록 해라”
“예. 아버지”
오늘은 전과 똑같이 한문을 공부하고 집에와서 아침을 먹자, 엊저녁 약속한 강용이가 부른다.
“엄마 다녀오겠어요. 엊저녁 모두 준비해둔 나무 할 도구를 챙겨 밖을 나갔다.
“철아 빨리와”
저만치 강용 친구가 손짓을한다. 반가이 인사하고 어른들을 따라 산길을 갔다.
이곳 명대도 일본군은 들어오지 않았으나 일제하에 산은 황폐해졌고 우리 동내 인근 산에는 소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을정도라 가까이는 나무가 없어 몇시간 산길을 올라서야 띠엄띠엄 소나무와 앙상
한 잡초와 싸리나무들이 있다.
이곳에서 강용 친구와 같이 이미 죽은 나무가지들을 주어 모았다. 이곳은 아직 죽은 나무들이 많아 나무하는 시간은 그리 많이 소요되지 않아 내가 지고간 지게에 가득 채웠다. 처음으로 친구와 같이 돌
아오는 길이 너무 멀어 쉬고 또 쉬고 돌아오는 길은 시간이 몇 곱절을 더 소요하여 동네가 내려보이는 웃달뱅이 돌위에 걸쳐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듣는 듯한 교회 종소리가 들린다.
그때 강용이이가 말했다.
“철아 다음 일요일 부터 우리 교회에 나가 볼래?”
“교회는 왜?”
“너 모르지 교회에 나가면 일요일은 쉰데”
“왜? 그것은 나도 몰라, 전번 일요일 갔다 오는 손근이 한테 물어봤어 너무 재미 있다며 이번 일요일에 나 교회 가도록 약속했어, 너도 같이 가자? 너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겠지?”
“지장은 없지만 어머니께 여쭈어 봐야지”
“나는 너가 부러워”
“뭐가?”
“너 한문 배운다 해서 우리 아버지께 나도 한문 배우겠다 하니 하는 말씀이 대가리 아는것이 들어가면 일을 잘 못한다며 한번에 거절하고 다시 그소리 하면 밥을 굶기겠다 하셨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우리 아니 내 부모님은 고마우신 분이야 속으로 외치며 집에 들어서자 아버지께서 내 짐을 붙잡아 주셨다.
한참 후 어머니께서 저녁상을 갖고 오신다.
“어머니 오늘 저녁엔 밥맛이 너무 좋아요”
“그러니 적당한 일은 사람들에게 좋다더라”
“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께 여쭈어 볼 말이 있어요”
“그래 무언지 말해 봐라”
“이번 주일 강용 친구가 교회에 같이가자 했어요”
“그럼 니가 예수쟁이 되겠다고!”
한참을 생각하시던 아버지께서 “그래 친구와 약속을 했다면 가보도록 해라”
“사람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하지 못할 약속은 절대로 하지 말고 약속한 것은 꼭 지켜야한다. 그래 우리가 모르는 그곳에도 배울 것이 있을것이다. 배움은 손자에게도 있다 했느니라”
“아버지 고맙습니다”
다음 날 일요일 아침 한문을 배우고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난 후 강용이가 나를 불러오고있다.
나는 부모님께 인사하고 밖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