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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글학자가 감동한 사연

한글학자의 감동스토리

 

우리투데이 차한지 기자 |  불현듯 날아든 소식 살만한 세상 우리사회에 귀감이 되어 원고를 그대로 지면에 옮겨본다.

 

필자는 8월 12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케이컬쳐 한글 한류 강연을 마치고 천안시에서 예술 공연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이수연)과 함께 저녁을 먹고 지인 차를 타고 7시 45분 무렵 천안역 동부역 광장에 도착했다. 예약 시간이 얼마 안 남아 급히 차에서 내려 후닥닥 계단을 올랐다. 맞이방에 들어서면서 손전화(핸드폰)가 없음을 알았다.

 

지인 차에서 문자를 했으므로 지인 차에 두고 내린 줄 알고 급히 가방 안 노트북을 열고 카카오톡을 연결했다. 공공 와이파이 덕에 비밀번호도 없이 금방 연결할 수 있었다.

 

문자로 핸드폰을 두고 내렸다고 하니 다짜고짜 내린 곳인 천안역 동부 광장 입구 옆에 있는 CU(씨유)에서 찾아가라고 했다. 기차 예약 시간이 얼만 안 남아 자세한 사연을 묻지도 않고 역시 후다닥 2층 맞이방을 나가 바로 밑에 있던 씨유에 들어가 판매원에게 얘기하니 내 핸드폰을 얼른 내주었다.

 

 

여기까지는 지인이 손전화를 씨유에 맡긴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지인은 나를 내려주고 출발하면서 기차를 탔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그 전화를 받은 씨유 판매원이 누군가가 내 핸드폰을 방금 전에 맡기고 갔으니 찾아가라고 한 것이다.

 

사건을 재구성하니 차를 내리면서 흘린 내 핸드폰을 2분도 안 돼 누군가가 주어 씨유에 맡겼고 그 직후에 지인이 전화를 했고 바로 그 후에 나는 노트북 카톡으로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 씨유 보관을 확인했던 것이다.

 

결국 나는 잃어버린 손전화를 5분 만에 찾아 예약된 기차를 타고 손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룰루랄라 귀가할 수 있었다.

 

결국 잃어버린 손전화를 10분도 안 돼 되찾은 기적이 일어났다.

당연히 신용카드 두 장도 그대로 있었다. 운이 좋은 탓도 있지만, 손전화를 습득하자마자 잃어버린 사람을 배려하여 찾기 쉬운 곳에 맡겨둔 이름 모를 귀인 덕이었다.

 

거기다가 비밀번호도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강국의 와이파이 환경이 도움을 주었고 지인, 씨유 판매원 등 관련된 조연들께서 주연 못지않은 역할을 해 준 덕에 하마터면 번거롭고 우울해질 주말을 막고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아지게 되었다.

 

이런 기적 창출의 주인공인, 필자의 손전화를 씨유에 맡겨주신 천안역 귀인을 찾아 따뜻한 밥 한끼 사드리고 싶다.

 

이래서 살만한 세상이라 하는가? 1980년 1월 추운 겨울날 천안역 9급 철도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가 생각이 났다. 한글학자가 되겠다고 철도를 일찍 떠난 나를 천안역은 미워하지 않고 더 따뜻하게 품어주었다.